산을 오르며 <도종환의 시>

2011. 1. 20. 00:38<산 정 보>/산 정 보

 

산을 오르며    <도종환>

 

산을 오르기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가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 보며

두 갈래길 중 어느곳으로 가야할 지 모를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이 살펴 길찾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잃지않고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며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중에 하나임을 알게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갈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에서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